어떤 외모가 끌리는가? , 외모의 영향력, 외모지상주의의 그늘
우리는 늘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며, 겉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외모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하다. 타인에 대한 느낌과 신념이 주로 ‘눈에 보이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외모는 이제 연애와 취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적 스펙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매년 교육에 지출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외모 향상에 쓴다.
◊ 외모지상주의(lookism):
개인의 신체적 매력 수준에 따라 편향된 방식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경향으로서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등 시각 매체의 발전으로 근래 더욱 심화되고 있다.
1. 어떤 외모에 끌리나?
◇ 얼굴:
① 좌우대칭을 매력적이라고 지각한다.
② 황금분할 - 얼굴의 폭을 1로 볼 때 얼굴의 길이는 1.618.
(계란의 좌우상하 비율이 1: 1.618, 즉 계란형 얼굴이 매력적, 각종 공산품(담뱃갑, 트럼프, HD-TV, 명함, 엽서, 책, 카드) 규격에도 적용)
③ 동안(babyface)- 동그란 얼굴, 큰 눈, 넓고 도톰한 이마, 작은 턱.
동안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들과 비슷한 심성(착하고, 따뜻하고, 순종적이고, 천진난만한)을 가졌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자극일반화 현상).
◇ 체형:
남성은 모래시계 체형(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 36-24-36)을 지닌 여성을 선호한다(예, 바비인형). 이런 여성이 다른 체형의 여성보다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임신가능성이 3배 정도 더 높음이 의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에 여성은 큰 체격, 좌우대칭의 균형적 몸매, 허리가 엉덩이의 0.9 정도인 남성을 매력적이라고 지각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성은 번식능력이 높은 여성에게 이끌리며, 여성은 자산을 많이 소유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한다고 주장하는데, 남성과 여성의 체형이 이런 특성을 반영한다고 믿었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의 과학적 근거가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연구) Roberts 등(2003)
여성은 매달 배란기의 정점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19-33세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배란기 정점(월경 주기 첫날 이후 8일 - 14일째)과 2주 후 각각 사진을 찍고 250여 명의 남녀에게 매력적인 사진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배란기 때 찍은 사진을 훨씬 더 많이 선택하였다.
(연구) Miller 등(2007)
클럽의 스트립 쇼걸들은 배란기에 팁을 더 많이 받음.
5시간 동안 받은 팁 액수: 배란기 335불 vs. 비배란기 260불 vs. 생리중 185불.
◇ 그렇다면 매력적인 얼굴이나 체형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짝을 찾고 자식을 낳을 수 있었나?
-> 옷, 액세서리 그리고 화장품이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관능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였다.
2. 외모의 영향력
(1) 연애와 결혼에 미치는 영향
◊ (연구) Walster, Aronson, Abrahams, Rottman(1966)
‘컴퓨터로 이상적 파트너를 소개해 주는 댄스파티’ 참가자들을 660명 모집하여 여러 가지 신상 정보를 얻은 다음 남학생의 키가 여학생보다 더 커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만 적용해서 임의로 짝을 배정하였다.
밴드 휴식시간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상대의 외모 수준과 애프터신청 의사 간에 아주 높은 상관(남성 r=.78, 여성 r=.69)을 보였다. 상대의 똑똑함이나 성격은 전혀 상관이 없이 오직 상대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가 유일한 기준이었다.
◊ 배우자의 신체적 매력의 중요성도 근래에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배우자의 신체적 매력의 중요성은 남성의 경우 1939년에 배우자의 바람직한 18가지 특성 목록에서 14위였으나, 1996년에는 8위로 상승했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17위에서 13위로 올라갔다. 반면에 정숙함의 가치는 더 하락했다(남성은 10위에서 16위로, 여성은 10위에서 17위로 하락).
(2) 가족 간에 미치는 영향
부모조차 잘 난 아이에게 더 끌린다.
매력적인 아기의 엄마는 덜 매력적인 아기의 엄마보다 아기에게 애정을 더 보이고 더 자주 아기와 놀아준다.
그리고 여러 자식들 중에서 신체적 매력이 뛰어난 아이가 부모로부터 더 나은 보살핌을 받는다.
즉, 놀랍게도 아이의 외모는 모성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아기도 부모와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할까?
2~6개월 유아는 매력적이지 않은 어른보다 매력적인 어른을 더 오래 보기를 좋아한다.
(3) 교육에 미치는 영향
교사는 절대적으로 학생의 외모에 영향을 받는다.
교사들은 잘생긴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하리라고 기대하며, 더 큰 잠재력을 지녔으리라 여기는 학생에게 더 주목한다.
못생기거나 뚱뚱한 학생들은 종종 교사에게 편견의 대상이 되고, 급우들로부터 조롱의 표적이 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외상을 경험하며, 정신병리학적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cf. 미국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살인사건(1999) - 외모 때문에 놀림 받던 두 명의 학생이 총기를 난사하여 12명의 학생과 교사 사살하고 자살)
◊ Pygmalion 효과(Rosenthal & Jacobson, 1968)
타인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타인에 대한 그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타인도 그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일명 자성예언(자기충족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한다.
◊ 학생들도 교사의 직무수행을 평가할 때 강의 내용이나 의사전달 능력보다는 외모나 복장 스타일 같은 피상적 측면에 더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4) 직장에서 미치는 영향
외모는 취업, 임금, 승진, 협상 등 직업적 성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영자들은 자질이 비슷하다면 매력이 떨어지는 지원자보다는 매력적인 지원자를 선발한다. 매력적인 지원자가 실제로 더 나은 자격을 갖추었으며 더 나은 직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경영자나 인사담당자가 고용 결정을 내릴 때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외모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예, 트럭운전기사, 경비요원 등)에는 뛰어난 외모(특히 여성의 경우)가 오히려 불리하다.
(5) 법정에서 미치는 영향
실제 또는 모의배심원들은 증인이나 피고인의 외모에 따라 추천하는 처벌량이 다르다.
즉, 피고에게 불리한 반대 증언을 하는 증인의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증언을 신뢰하여 피고에게 더 엄한 처벌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으며, 피고인의 외모가 매력일수록 더 관대한 처벌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정의를 구현하는 판사의 판결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 예외: 첫째, 살인 등의 중죄 사건의 경우에는 판사의 형량과 피고의 외모 간의 상관은 훨씬 줄어들며,
둘째, 자신의 외모를 십분 활용한 범죄일 경우 오히려 잘생긴 외모가 더 불리한 판결을 받게 만든다.
(6) 정치에 미치는 영향
현실정치에서도 외모는 아주 중요하다.
TV가 확대 보급되고 대통령 후보자들의 TV토론이 활성화되면서 대통령 후보자의 외모가 중시되고 있다. 2000-2004년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을 노렸던 거물 정치인 16명 가운데 비만이나 대머리는 한 명도 없었다.
◊ (연구) Schubert(2004)
의회의원 입후보자 40명의 사진과 비디오만 제시하고 당선가능성, 능력, 정직성, 매력, 리더십 등을 평가하도록 한 결과, 매력적인 후보자가 여러 특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이 정치적 문제와 관련된 정보가 거의 없거나 관심이 적을 경우에 유권자들은 저녁 뉴스에 나오는 후보자의 몇 초짜리 인터뷰나 연설 핵심장면을 보고 판단해버린다. 이 경우에 인터뷰 내용보다는 외모로부터 형성하게 되는 후보자 이미지가 투표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사람들에게는 외모가 투표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 외모지상주의의 그늘
(1) 성적 대상화
※ 대상화이론(objectification theory, Fredrickson & Roberts, 1997):
대상화란 자신의 신체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 대상화는 남성이 여성을 바라볼 때 여성의 성적인 특성과 신체적 매력에 초점을 맞추어 한 여성을 성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며, 여성 스스로 남성의 성적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성은 여성의 신체와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미디어와 사회적 분위기에 노출되면서 '성적 대상화 경험'을 하며, 나아가 중요한 타인 또는 불특정 다수의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면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외적 신체는 내적 자존감과 연결된다.
결국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신체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점검하고 통제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꽤 괜찮은 자신의 몸을 굉장히 뚱뚱하다고 생각하며, 신체의 못난 부분만 부각하여 괴로워하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외모지상주의는 가중되고, 성형수술이나 섭식장애를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2) 왜곡된 신체 표준
오늘날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된 점과 더불어 영화, TV, 잡지, 인터넷 등 각종 매체는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마른 여성과 훨씬 더 부풀은 근육을 지닌 남성을 이상적 체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왜곡된 신체 표준은 많은 남녀 젊은이들로 하여금 불안과 불만에 사로잡히게 하고 불필요한 몸매관리 행위에 시간과 금전을 소모하게 만들고 있으며 정신적 신체적 장애 상태로 내몰고 있다.
◇ 신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보편적인 비만측정지표로서 kg/m²의 값으로 산출한다.
(3) 성형
외모지상주의는 끔찍한 기형인 사람들이나 극소수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행해지던 성형수술을 모든 연령대의 중산층까지 열렬하게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주변에 성형을 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성형으로 외모를 뜯어고친 사실을 더 이상 감출 필요 없이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오늘날 성형은 의술에서 기술로 변모하며 황금알을 낳는 성장산업이 되었다.
◊ 신체변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 BDD): 이른바 성형중독.
정상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상상적 또는 경미한 신체 결함(예, 큰 코, 작은 가슴, 나쁜 피부, 광택 없는 머릿결)에 과도하게 집착함으로써 발병하며, 반복적으로 성형수술을 시도하며,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남들이 놀릴까봐 외출을 하지도 않으며 심하면 자살하기도 한다. 주로 10대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며, 미국에서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은 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어떤 수술을 받아도 행복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지방흡입, 보톡스는 물론이고 턱 깎기, 인공치아 이식, 피부재생, 태반주사, 뺨 이식, 입술 문신, 팔 쳐짐 성형, 심지어 늑골 아래 부위를 줄질로 갈아내는 수술까지 이름도 생소한 갖가지 성형을 두루 섭렵한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일은 이들에게 제동을 거는 일이다.
(4) 섭식장애
외모지상주의와 체형에 관한 왜곡된 표준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날씬하고 마른 몸매에 관한 환상을 부추긴다. 여성 4명 중 3명이 자신이 과체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체중 및 자기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건전한 방법을 이용하지만 일부는 과도한 식사조절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하여 섭식장애를 얻게 되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섭식장애는 다음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 폭식증:
주로 10대와 20대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장애로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은 다음 체중증가의 공포로 인해서 단식, 구토유발 등으로 섭취한 음식과 부수되는 열량을 제거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하며, 습관적 구토로 인하여 위장 등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한다.
◊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폭식증보다 더 위험한 질환으로서 비만 공포 때문에 음식섭취를 거부하며, 점점 야위어갈 때조차도 과체중이라고 여긴다. 모든 정신병 중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거식증 환자의 6~10%가 사망한다.
◊ Adonis(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아프로디테 여신의 애인) complex:
섭식장애는 주로 여성적 질환인 반면에 남성들이 겪는 이상화된 남성적 체형(이른바 six pack 복근, 불끈 솟은 알통, 역삼각형 몸매 등)에 관한 불안과 강박증상을 말한다. 이 현상 역시 잡지, 영화 등에서 강조된 과도한 근육질 남성과 자신의 체형 간의 차이지각에서 비롯된다.